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독후감 잘 쓰는 법

bugirune 2025. 6. 28. 14:16

 

 

독후감을 잘 쓰는 법

마음을 꺼내어 천천히 쓰는 여섯 가지 방식

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복잡하다. 가슴은 뭉클하고 생각은 많아지는데 막상 글을 쓰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하얀 화면만 바라보게 된다. 누군가는 감동을 잘 표현하고 싶지만 단어가 안 떠오른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내가 느낀 감정이 맞는지조차 모르겠다고 한다.

사실 독후감이라는 말 자체가 조금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른다. 감상을 써야 한다고 하니 뭔가 잘 써야 할 것 같고 평가를 받을 것 같은 부담도 있다. 하지만 독후감은 누가 잘 썼는지 따지는 글이 아니다. 그저 책을 읽고 난 후의 마음을 꺼내어 천천히 바라보는 일이다. 그렇게 바라본 마음을 정리해 두는 것이 독후감이고 삶의 일부가 된다.

1. 기억에 남은 한 장면이나 문장부터 시작하기

어떤 책이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. 눈물이 핑 돌았던 장면 혹은 나도 모르게 웃었던 문장 그런 것들이 글의 시작점이 된다.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장면이 나를 붙잡았는지를 적는 일은 그 책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드러내는 일과 같다.

나는 예전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난 뒤 세상에 이런 문장이 있었나 싶었다.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끝에 내가 만나야 할 진짜 나 자신은 바로 그 어둠 속에 있었다는 말. 그 문장이 아니었으면 나는 그 책을 오래 기억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.

2. 책을 읽게 된 배경과 시기를 적어보기

우리는 같은 책을 두 번 읽더라도 매번 다르게 느낀다. 그 이유는 책이 아니라 내 삶의 시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. 어떤 사람은 여행 중 기차 안에서 우연히 읽은 책이 평생의 인생책이 되었다고 말한다. 또 어떤 사람은 병실에서 읽은 한 권의 시집이 그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다고 말한다.

책을 읽은 시간과 상황은 글에 온기를 불어넣는다. 그날의 날씨나 내 마음의 상태를 함께 써두면 독자는 그 장면 속으로 함께 들어가게 된다. 요즘 유난히 오래 머물러 있던 책이 있는데 가을비가 내리는 날 카페에서 우연히 펼쳐 본 산문집이었다. 그 글을 쓴 작가의 문장보다 그 시간의 분위기와 내 마음이 함께 독후감을 만들어 주었다.

3. 마음에 남은 물음표를 따라가 보기

책을 읽고 난 뒤 마음속에 생긴 질문 하나를 붙잡아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. 이 책은 나에게 무엇을 물었는가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고 싶은가 하는 마음의 움직임은 독후감을 더욱 깊어지게 만든다. 그리고 그 물음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. 가족이라는 주제를 다룬 소설을 읽었다고 해보자. 그 책은 나에게 부모라는 존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다. 그 질문 앞에 서서 어린 시절과 지금의 부모님과의 관계를 함께 꺼내 보게 된다. 독후감은 그렇게 책에서 시작해 나에게로 흘러온다.

4. 작가의 말과 대화하듯 쓰기

책을 읽는 일은 혼자 하는 것 같지만 결국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기도 하다.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며 그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때로는 고개를 젓는다. 이 대화의 순간을 글로 옮겨 보는 걸 좋아한다.  문장을 읽는 순간  순간적으로 동의했지만 며칠 뒤에는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. 그 이유를 글로 적는 것만으로도 독후감은 나만의 생각노트가 된다.

5. 삶과 연결되는 실천 하나를 떠올려 보기

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 살아야겠다 는 다짐이 들었다면 그것이 바로 그 책이 내게 남긴 선물이다. 너무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. 하루 한 문장을 쓰겠다든지 내일은 카페 대신 공원으로 가겠다는 마음도 훌륭한 변화다.

예전 한 수필가의 책을 읽고 매일 저녁 컵을  치우고 자자고 다짐했다. 물 한 잔이라도 마음 다해 마시고 그 하루를 정리하는 습관이 생기게 됐다. 작은 실천은 독서가 남긴 흔적을 삶의 어느 조각에 새겨 넣는 방식이 된다.

6. 결론은 없어도 좋다 마음의 기록이면 충분하다

독후감을 잘 쓰기 위해 꼭 교훈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. 어떤 결론 없이 끝나는 글이 오히려 더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. 책이 나에게 말을 걸었고 읽은 이는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. 독후감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이다.

책을 읽고 나서 생긴 작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낸다면 그것이 곧 독후감이다.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해도 괜찮다. 중요한 건 마음이 있었다는 것 그 마음으로 다시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.